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3 / 들깨풀

풀빛세상 2010. 9. 27. 13:37

 

 

  

 

오늘은 예쁜 새악시 들깨풀을 소개합니다. 들깨풀은 저번에 소개했던 쥐깨풀의 사촌이 됩니다. 쥐깨풀이나 들깨풀이나 꽃의 모양새나 크기 뿐만 아니라 줄기나 이파리 등등 많이 비슷합니다만, 살펴보면 작지만 뚜렷한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작은 꽃송이가 두서너 개쯤 달렸습니다. 어느 정도 작느냐고요? 쌀알을 반토막으로 쪼개고, 그 한쪽을 매달았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이 작은 꽃들도 한꺼번에 많이 달리지 않고 순서를 기다려 몇 송이씩만 달립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아래쪽으로 꽃송이가 떨어지면 윗쪽에서는 순서를 기다려 몇 송이가 피어나고, 그리고 그 위쪽으로는 꽃멍울들이 피어날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꽃을 사진으로 찍어보니 너무 예쁘지 않은가요? 그러나 실제의 모습을 보면 너무 흔한 풀이요, 꽃송이가 작아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그냥 길가의 잡풀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답니다. 어디에서 만났냐고요? 제주의 오름을 오르기 위해서 잠시 짬을 내어 목장길을 타박타박 걸어갈 때, 좌우로 길가에 이 풀꽃이 수없이 피었습니다. 주차장의 변두리에서도 다른 풀들과 어우러지며 경쟁하면서 곳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밟으면 밟히고, 뽑으면 뽑히고, 흔하고 흔하여 어느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풀꽃의 하나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정성을 모으고 잘 살펴볼 때 이 작고 소박한 꽃 속에 감추어진 놀랄만한 아름다움과 정밀함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답니다. 살펴봄이 중요하네요. 가까이 하여 벗하지 않으면 안되네요.

 

가끔씩 생각해 봅니다. 평범함이란 무엇이냐? 이런 생각에 곧잘 사로잡히는 것은 지금 저의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지극히 평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릴 적에는 세상이 저를 위해서 존재한다는 착각을 하며 살았습니다. 우주의 중심에 저를 놓으면서 살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꿈이 있었고 희망이 있었고, 뭔가 이루며 살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어느 정도라도 철이 들었습니다. 평범함이란 무엇일까 쉽게 정의 내릴 수는 없겠지만, 대충 이런 것이 되겠지요. 지금 '나'라고 하는 존재와는 상관없이 세상은 돌아가고 있다고요. 주변의 몇몇 사람은 슬퍼하기도 하겠지만 그러나 곧 흘러가는 세월에 묻혀 그 흔적마저 사라져 버리게 될 것이라고요. 이것이 평범함이 아닐까요?

 

제가 평소에 접하는 풀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짓밟히고 뽑힌다 할지라도 그 자리는 또 다른 풀꽃들로 채워져 버립니다. 어느 누구 아쉬워하지도 않을 것이요, 심지어는 그곳에 그 풀꽃이 있었느냐라는 생각도 하지 않겠지요. 그렇다 할지라도 그 풀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참 아름답네요. 그 나름의 존재가치는 충분히 있네요. 그래서 저는 저를 닮아있는 풀꽃들을 참 좋아하고 사랑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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