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0 / 수염가래꽃

풀빛세상 2010. 9. 27. 13:18

 

 

 

오늘은 특이하게 생긴 꽃 한 송이를 소개합니다. 꽃들 중에 특이하지 않은 것이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좀 특이하다, 좀 신기하다, 혹은 ㅋㅋ 웃음이 나오는 꽃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수염가래라는 이름 자체가 벌써 특이한 듯 하지 않습니까?

 

모든 것이 자동화되어버린 요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옛날 우리 아버지 시절에 사용했던 농기구들은 모두가 소박하면서도 생활의 지혜가 묻어 있었지요. 그 중에 가래라고 하는 농기구가 있다고 합니다. 요즘이야 사용할 일이 없어서 농기구 박물관이나 민속자료관에 가야 겨우 볼 수 있겠지요. 수염가래꽃은 농기구의 가래를 닮기도 했고, 또 어르신들의 수염을 닮아있기도 하고, 그래서 두 단어를 합쳐서 수염가래라고 한 것 같습니다. 더 정확한 어원은 다시 찾아봐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이 꽃은 시골의 논뚝, 저수지, 습지의 언저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심을 갖지 않으면 보이지 않겠지요. 논농사가 없는 제주도에서는 습지를 찾아가야 겨우 볼 수 있습니다. 비교적 흔하고, 풀꽃사진을 찍는 분들이라면 한 번씩은 담아보았을 것 같지만 저로서는 오늘 처음으로 사진기를 들이대어 보았습니다.  

 

 

이 꽃도 다른 풀꽃들과 마찬가지로 약용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독사에 물리거나 벌에 쏘였을 때 해독제로서 생초(生草)를 문질러서 발랐으며, 호흡곤란, 천식, 백일해 등에도 약용한다고 되어 있네요. 요즘이야 좋은 약들이 많지만, 옛날 그 시절 독사에 물리기라도 하면 들판에 흩어져 있는 수염가래를 뜯어다 찢어 상처에 발랐겠지요.

 

수염가래, 흔하면서도 흔하지 않은 꽃, 익숙한 듯 하면서도 낯설은 꽃, 추억 속에서 선명하게 떠오르는 풀꽃이었습니다. 왜 풀꽃들을 접할 때마다 옛날 생각이 새록 새록 솟구쳐 나면서, 지금은 만나 뵐 수 없는 고향마을의 어르신들이 떠오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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