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8 / 탐라풀

풀빛세상 2010. 9. 27. 13:11

 

 

작은 것이 아름답다/

탐라풀

 

꽃이 작아도 이렇게 작은 꽃은 또 처음 만나게 됩니다.

이 꽃은 뭐예요?

어디요 어디...

동행인은 바로 눈앞에, 발 앞에 꽃을 두고도 한동안 제가 알려준 흰꽃을 찾느라 두리번거렸습니다.

하얗게 입을 벌린 꽃 위에 좁쌀 하나를 올려놓으면 들어가지 못하고 걸릴 것 같습니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접사렌즈를 물려 살펴보니 그제야 겨우 꽃송이가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햐~ 이렇게도 작은 꽃이 있다니.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큰 차를 선호합니다. 큰 아파트를 자랑합니다. 무엇이든 큰 것이 대접받는 메마른 세상에서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작은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며, 뒷골목의 소외된 지역과 그 삶까지도 함부로 대하지 말자는 일종의 사회운동적인 성격을 띈 구호이지요. 그 울림이 얼마나 큰지는 몰라도 충분히 공감이 갈 때가 있습니다.

 

작은 것에 의미를 부여할 때 우리는 비로소 큰 것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요. 치열한 경쟁 세상에서 나의 자존감을 어느 정도라도 회복할 수 있겠지요. 남의 떡이 커 보이고 내 것은 작게 보인다는 자괴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작은 것을 찾아 회복하자는 운동은 인간성 회복을 향한 작은 몸짓이요 발걸음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을 저는 '작은 것도 아름답다'라고 바꾸고 싶습니다. 의미의 미묘한 차이인지는 몰라도 작은 것이 아름답다면 큰 것은 어쩌란 말이냐는 이분법이 성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큰 것도 인정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그렇지만 작은 것도 아름답고, 작은 인생도 아름답다라고 고쳐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작은 풀꽃들도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작은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작지만 아름다운 교회, 작지만 건강한 교회, 작지만 큰 교회라는 꿈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과연 저의 이런 꿈을 이루어 주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꿈을 가지고 기도하는 순간만큼은 행복하지요. 그러나 현실은 여러 가지로 쉽지 않습니다. 아직도 사람들은 저의 이 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알고 마음의 손을 맞잡을 날이 있겠지요. 그렇지 않다고 할지라도 하늘은 저의 마음을 알고 넉넉하게 품어 주겠지요.

 

오늘도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거려 보십시오. 혹시 작은 것에 눈길이 가거든, 작은 것도 아름답다더라고 속삭여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세상은 한결 아름답고 여유로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