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3/ 도라지

풀빛세상 2010. 9. 27. 12:52

 

 

 

 

 

한여름이면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산등성이 어디에 가도 도라지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도라지는 흰색과 보라색의 두 종류로 나누어질 뿐 더 이상의 다양한 색상은 내어놓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한 여름 초록의 수풀 속에서 환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도라지를 보면 일단은 반갑기만 합니다. 옛 사람들은 식용으로 뿌리채 캐어갔다고 하지만, 요즘은 인위적으로 대량재배를 하기 때문에 산에 있는 것들을 일부러 캐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참 다행인 것은, 옛 사람들이 뿌리채 캐어갔어도 도라지는 전국 방방곡곡 어디에나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산삼과 같은 것들에 비해서 약용가치가 떨어진다고 여겼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 왕성한 생명력이 사람들의 손길보다 더 빠르게 씨앗을 퍼뜨렸기 때문일까요?

 

그건 그렇다치고, 산 귀퉁이 어딘가에라도 좋습니다. 그냥 풀들이 자라고 개간되지 않은 땅이라면 더 좋겠습니다. 훗날 자투리 땅이라도 얻을 수가 있다면 그 빈 곳에 도라지 씨앗을 흩뿌려 놓고 자연스럽게 자라게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때마다 그 뿌리를 한두 뿌리씩 캐어 반찬 삼아 우적우적 씹어 먹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도라지 꽃은 활짝 피었을 때보다 막 피어나려고 입을 벌이고 있을 때가 더 정겹기만 합니다. 뭔가 숨을 몰아쉬면서 이얍~ 푸우~ 이런 과정을 거쳐서 한 송이 꽃으로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그때의 그 팽팽함을 달리 표현할 길은 없지만, 사진기를 들이대고 나 역시 가쁜 숨을 몰아쉬게 됩니다. 이 글을 쓰면서 갑자기 숨이 가빠진다. 팽팽한 저 호흡, 그리고 밝은 풀꽃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