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이야기 178 / 영주풀

풀빛세상 2015. 8. 11. 11:52





참 신기해요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요 

이 작은, 너무도 작고 작은... 

작다는 표현으로도 그 작음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습니다. 

썩어가는 흑갈색의 삼나무 낙엽들이 수북히 쌓인 곳 

땅에 엎드려 눈에 불을 켜도 찾을 수 없고

밟고 지나가도 그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다행히 누군가 찾아 다듬어 놓은 흔적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아~ 탄성이 절로 일어납니다  


그냥 내버려두면 덜 외로울텐데요 

그냥 내버려두면 안될까요 

그곳은 오랫동안 우리들의 영토였지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 멸종위기의 희귀종이야 

  어쩌면 이러다가 정말 우리 곁을 떠날지도 몰라 - 

수군거리며 찾아와서 낙엽을 싹싹 긁어버리지요 

숨을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우리들의 알몸  

작은 바람소리에도 바르르 바르르  

한여름의 더위 속에서도 에취~ 


영주는 제주도의 옛 이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이곳에서만 발견되며 

어쩌다가 여기에 정착하여 살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도 없는 

초희귀식물입니다 

왜 올해도 그곳을 찾아가서 땅바닥에 엎드렸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