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175 / 자귀풀

풀빛세상 2015. 7. 30. 22:44




운의 천재화가 모딜리아니의 이야기입니다. 

살아서는 인정받지 못하여 작품 한 점 제대로 팔지 못하고 

가난과 병에 시달려 고생하다가 서른 여섯 살에 죽었습니다. 

그가 그린 그림들 중에 눈동자가 없는 여인의 초상화들이 있어  

그를 사랑했던 여인 쟌느가 물어보았습니다 

왜 눈동자를 그리지 않아요?

모딜리아니가 대답했습니다. 

-내가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될 때, 나는 당신의 눈동자를 그리겠어요- 


틈이 나면 카메라 가방 들쳐 메고 들과 산을 헤멜 때가 있습니다 

나는 왜, 무엇을 위하여 꽃을 찾아 다니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때가 있습니다. 

어떤 이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꽃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표현하려고요... 

그네들은 그렇다치고, 나는 무엇을 위하여라는 질문을 곰삭여봅니다

어쩌면 꽃의 아름다움으로 포장한 나의 자만심을 위해서가 아닐까 

가끔씩은 카메라를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허무에 빠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꽃들 소식이 들려오면 몸이 먼저 움찔거리며 반응하게 됩니다  


꽃들에게도 영혼이 있을까요

꽃들에게도 그려넣어야 할 눈동자가 있을까요 

멀리 가지 않아도 주변에는 너무도 많은 꽃들이 있습니다 

언제쯤이면 그네들의 영혼과 소통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