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169 / 성널수국

풀빛세상 2015. 6. 10. 10:25




참 신비로운 꽃입니다 

사람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계곡의 깊은 곳에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안내를 받아야 찾아 갈 수 있고 

찍은 후에는 모두 입을 쉿 하며 밀담을 나누게 되지요 

-우리 찍었다고 말하지 말자 

-홈페이지에 올리더라도 시간이 좀 지나서 하자 

-혹 누가 알려달라고 하더라도 딴소리 하기다 

살금살금 몰래 찾아간 계곡의 침침한 숲에서 

우리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공범이 되기로 했지요 


한라산 계곡의 성널오름 부근에서 발견되었다고 

성널수국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한반도에서는 이곳에서만 발견되었으니 희귀종이라고 해야겠지요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을까요 

감정이 무딘 사람들이야 호기심 보따리에 하나 더 채워넣었다고 하겠지만 

누군가는 이 하얀 꽃을 보면서 눈물 그렁그렁 맺히기도 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