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170 / 옥잠난초

풀빛세상 2015. 6. 22. 21:17




옥을 깎아 만들었다고 옥잠란이라고 했을까요. 

올해는 옥잠난초 나리난초 갈매기난초 등은 건너뛰려고 했습니다. 

아무리 아름답고 귀해도 모든 것을 욕심낼 수 없기에 

때로는 버리고 비우는 연습도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요 

제한된 시간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올해는 이것 이것은 건너뛰고 마음에 미련으로 남은 것들을 찾아야지. 

어쩌면 그 아이들이 제 마음을 먼저 읽었을까요

그늘진 숲에 고이 자리잡아 기다리고 있는 늦둥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 이왕 만난 것 정성을 다해 담아야겠다. 


어제 저녁 아내는 밝은 목소리로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네 남편이 요즘 카페에 글을 안 올리던데 어디 아픈거야?

-아니, 안 아파. 카페에 들어오는 사람도 없고 하니 재미가 없어졌는가봐

-누가 들어오고 안 들어오고 신경쓰지 않고 초월하며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초월이라는 단어가 귀를 건너 마음을 예리하게 꿰뚫고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평범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맺혀 속앓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나이는 들어가고, 이룬 것은 없고, 이렇게 인생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다보면 공연히 아내에게 짜증과 투정을 부릴 때도 있지요 

그리고 찾아오지 않은 이를 기다리며 카페에 글을 올리는 일에도 실증을 내게 되었습니다. 

숲속 그늘진 곳에 옥잠난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누가 찾아오든 찾아오지 않든 고요히 숲을 지키고 있었지요. 

누가 옥으로 저렇게 아름답고 정교한 옥잠난을 깎아 만들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