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늘이 아니었고 어제의 그(녀)는 오늘의 그(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단 하루면 충분했었지요
올해는 흰닭의장풀을 보지 못하고 지나갈 것 같았습니다. 멀리 나다닐 수 없어 생각을 접고 있었지요. 마음을 비우면 편안해지는 법입니다. 가까운 산책길에 흰닭의장풀 몇 송이가 보였습니다. 우와~ 흰닭의장풀이다. 너 반갑다. 근데 어찌 여기에 피었냐? 네가 어찌 내 마음을 알고..... 얼른 달려가서 카메라를 챙겨들었습니다.
다음 날 다시 찾아갔습니다. 희망을 잔뜩 안고 들뜨는 마음이었지요. 틀림없이 더 싱싱하고 좋은 모델이 있을거야. 너를 멋지게 찍어줄께. 기다려라.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란다.
모두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어제의 꽃들은 꽃의 특성상 모두 꽃잎을 오무려버렸고 오늘의 꽃들은 피지 않았습니다. 그 허망함. 허탈감. 어제는 오늘이 아니었네요. 어제의 그(녀)는 오늘의 그(녀)가 아니었네요. 그래도 어제는 소중했었고 행복했었다고 오늘 역시 오늘의 행복이 있다고 말해야겠지요.
영원을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영원의 본체이신 그분을 향하여 마음을 모두어 봅니다. 나 역시 이 땅을 살아가는 한 송이 풀꽃이었다고요.
|
'풀꽃의 짧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짧은 이야기 126 / 둥근꿩의비름과 나비 (0) | 2014.09.21 |
---|---|
짧은 이야기 125 / 그리움이란 (0) | 2014.09.20 |
짧은 이야기 123 / 참마 암꽃 (0) | 2014.09.04 |
짧은 이야기 122 / 인동초 (0) | 2014.08.27 |
짧은 이야기 121 / 며느리밑씻개 (0) | 2014.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