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124 / 흰닭의장풀

풀빛세상 2014. 9. 12. 11:24

 

 

 

  

 

어제는 오늘이 아니었고

어제의 그(녀)는 오늘의 그(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단 하루면 충분했었지요

 

올해는 흰닭의장풀을 보지 못하고 지나갈 것 같았습니다.

멀리 나다닐 수 없어 생각을 접고 있었지요.

마음을 비우면 편안해지는 법입니다.

가까운 산책길에 흰닭의장풀 몇 송이가 보였습니다.

우와~ 흰닭의장풀이다.

너 반갑다. 근데 어찌 여기에 피었냐?

네가 어찌 내 마음을 알고.....

얼른 달려가서 카메라를 챙겨들었습니다.

 

다음 날 다시 찾아갔습니다.

희망을 잔뜩 안고 들뜨는 마음이었지요.

틀림없이 더 싱싱하고 좋은 모델이 있을거야.

너를 멋지게 찍어줄께. 기다려라.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란다.

 

모두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어제의 꽃들은 꽃의 특성상 모두 꽃잎을 오무려버렸고

오늘의 꽃들은 피지 않았습니다.

그 허망함. 허탈감.

어제는 오늘이 아니었네요.

어제의 그(녀)는 오늘의 그(녀)가 아니었네요. 

그래도 어제는 소중했었고 행복했었다고

오늘 역시 오늘의 행복이 있다고 말해야겠지요.

 

영원을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영원의 본체이신 그분을 향하여 마음을 모두어 봅니다.

나 역시 이 땅을 살아가는 한 송이 풀꽃이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