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71 / 무엽란과 제주무엽란

풀빛세상 2014. 6. 11. 16:13

 

 

  

 

그 계곡의 어둠침침한 숲 속에 들어가면 왠지 모르게 으스스한 느낌이 몰려들게 됩니다. 날씨가 쨍한 날일지라도 그곳에는 한기가 깃드는데, 지형적인 특성인지 몰라도 항상 축축하고 구름과 안개가 떠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곳이 남쪽 섬나라에서만 자라는 여러 특이한 식물들의 자생지요 보고이기도 합니다.

 

무엽란이라고 합니다. 무엽이니까 당연히 잎이 없을 것이요, 잎이 없으니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그 대신 수북히 쌓여 썩어가는 낙엽에 뿌리를 내려 영양분을 취하는 부생식물에 속하고 있습니다. 부생식물이란 동식물의 죽은 사체나 배설물 또는 이들이 분해되어 생긴 유기물을 양분으로 하여 살아가는 식물을 말하지요. 어둠침침하고 습한 숲속에서 켜켜이 층을 이루며 썩어가는 낙엽에 뿌리를 내려 자라면서 꽃을 피우는 식물, 그 자체로서도 신비로움이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하늘의 태양빛이 닿게 되면 그 고운 자태를 엿볼 수 있겠지만, 강한 빛에 노출되면 그 여린 생명이 견딜 수 없겠지요. 사진으로 찍기 위해서는 약한 인공조명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눈이 침침해서 찍을 때는 몰랐는데, 컴퓨터 화면으로 확인하니 참 화사하고 아름다우네요. 신비함과 고귀함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게 됩니다.

 

아래의 사진은 제주무엽란이라고 합니다. 제주라는 접두어가 붙었으니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꽃송이가 활짝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무엽란보다는 덜 화려하지만, 소박하면서도 은은한 멋이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이 꽃의 모양이 골프채를 닮아있지요. 어쩌면 숲 속 요정들이 사용하는 골프채가 아닐까요?

 

숲 속의 신비에 가끔씩 넋이 빠지기도 하는 아름다운 세상 풀빛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