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70 / 비비추란

풀빛세상 2014. 6. 10. 14:44

 

 

  

 

비비추란 피어있는 곳을 좀 알려줄 수 있나요? 설명들어도 쉽게 찾기는 어렵겠지요.

아, 안내해 드릴께요. 어느 날 시간이 나는데 가능할까요?

날씨는 흐리지만 그래도 나가봅시다. 그쪽에는 해가 날지도 모르겠네요.

 

이 부근에 있습니다. 자세를 낮추고 차근차근 살펴보세요.

아, 여기 있네요. 누군가 나무가지를 꽂아 표를 해 놓았네요.

땅에 보면 잎이 하나씩 있고요, 자세히 살피면 꽃이 참 이뻐요.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고, 많지는 않았지만 여러 개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각자 카메라 가방을 내려놓은 후 사진을 찍으려고 혼신의 힘을 기울였습니다.

 

숲속은 어두침침하고, 꽃대는 너무 가늘고, 꽃송이도 너무 작고, 식물도 주변환경과 동화되었는지 숲그늘색이었습니다. 아주 조심해서 일부터 찾지 않으면 발 아래 있는 것도 지나치거나 밟을 것만 같습니다. 카메라는 초점을 잡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뷰파인더로 살펴보아도 선명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카메라의 자동기능은 포기하고, 삐 소리가 나며 붉은 점이 나타날 때까지 렌즈를 이리 저리 돌려봅니다. 쉽지 않네요. 허리가 아파 옵니다. 한 점이라도 제대로 찍을 수 있을까. 에이, 앞으로는 안 담을래. 아고 허리야....

 

숲 그늘에 꼭꼭 숨어 있는 꼬마 요정 비비추란을 만난 날은 잠시나마 참 행복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