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54 / 얼치기 완두

풀빛세상 2013. 4. 29. 09:02

 

 

 

     얼치기

     1 .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치.

     2 . 이것저것이 조금씩 섞인 것.

     3 . 탐탁하지 아니한 사람.

     4. something half-and-half person.  

 

완두도 아닌 것이 완두 흉내를 낸다고 해서 얼치기 완두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볕바른 풀밭에서 만날 수 있지만 원체 작아서 엎드리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꽃,  

깨알보다 더 작은 꽃송이들이 숨결같은 바람에도 흔들흔들흔들거립니다.  

그렇지만 이목구비가 단정한 것이 틀림없는 완두꽃 그대로이네요.

밝은 햇살에 까닥거리면서 밝게 인사하는 저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작고 작은 풀꽃들을 보면서 건강한 자존감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때로는 슬프고 우울한 날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눈물 글썽거리면서 서러워 하는 날들도 있지요.

이런 날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에 시름을 달래기도 합니다.

 

근데, 아저씨 난 얼치기완두야

남들이 뭐라고 불러줘도 난 괜찮아

하늘의 햇살이 저렇게 따사로운 걸....

그래, 얼치기완두야, 넌 참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있구나.  

 

풀밭에 가면 얼치기 완두를 찾아 인사를 나누어 보십시오

땅바닥에 엎드려야 겨우 눈에 들어오는 꽃들의 건강함과 싱싱함,

그리고 풀밭에 누우면 저 높푸른 하늘, 영원과 구원의 하늘이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