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44 / 개구리갓

풀빛세상 2013. 3. 22. 17:47

 

 

 

 

그곳은 작은 세상이요, 작지만 완벽한 우주였습니다. 적어도 그네들에게는....

꽃들도 무리지어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

저네들끼리는 시샘하거나 다투지는 않겠지요.

한 어머니로부터 왔을까요?

어쩌면 여러 씨앗들이 날아와서 한 뼘 두 뼘 공간을 늘려갔을까요?

그렇다고 할지라도 결국에는 한 어머니로부터 왔겠지요.

개구리갓, 미나리아재비를 닮은 꽃, 따뜻하고 습한 곳에서 작은 키로 환하게 웃으며 살아갑니다.

그네들 싱싱한 웃음에 저절로 입이 벙글어지는 것은 혼자만의 즐거움은 아니겠지요.

 

가끔씩 생각하며 중얼거려 봅니다.

시간아 멈추어라. 꽃들의 아름다움은 영원하여라....

그렇다 할지라도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꽃들의 아름다움은 시들기 시작했습니다.

생명있는 모든 것들은 낡아져야 하고,

낡은 모든 것을 새롭게 함으로 세상은 연속성을 가지게 됩니다.

생성, 성장, 소멸.... 생성, 성장, 소멸..... 생성, 성장, 소멸......

소멸, 생성, 성장.... 소멸, 생성, 성장..... 소멸, 생성, 성장.....  이 무한의 궤도 위에서 생명있는 모든 것들은 힘차게 질주하게 됩니다.

때로는 어지럼증으로 인하여 비틀거리기도 하지만.

 

개구리갓, 이 작은 꽃들의 소박하면서도 당당한 아름다움 앞에서 잠시나마 

창조의 질서와 생명의 고마움을 느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