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속의 이야기

풍경 속의 이야기 23 / 목사가 된 조카에게

풀빛세상 2012. 11. 1. 02:24

 

 

 

 

조카가 목사 안수를 받게 되어 시간을 내어 다녀왔습니다.

당연히 축하를 해 주어야겠지요. 그렇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묵직함이 느껴집니다. 신을 섬기는 그 길이 영광스러우면서도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신의 대리자로서 세상을 섬기고 사람을 섬기고 무엇보다도 낮은 자리로 내려가야 하는 그 삶의 길이 결코 간단하지 않겠지요. 세상에 쉬운 일이 없겠지만, 구별된 자의 구별된 삶을 사는 것이 의무가 될 때에는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는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하늘 그분의 기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달려가야 할 것입니다.

 

 

군종병으로 복무하는 아들이 목사인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겠지요.

아빠, 요즘은 성직자에 대해서 환상이 깨어지는 것 같아요.

신부님은 술담배를 너무 좋아해요. 제가 봐도 심한 것 같아요.

스님은 고기를 너무 좋아해요. 고기가 없으면 밥을 먹지 못할 정도예요.

그 아들에게, 그러면 목사님은 어떠냐라고 물어볼 용기가 차마 생기지 않았겠지요.

아들이 보는 목사님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나중에라도 물어볼까요?

아직은 세상을 모르는 아들이 기대하는 성직자의 겉모습은 금욕성과 경건성이겠지요. 세상 사람들과는 다르게 신부님과 목사님은 술 담배를 멀리하고, 스님은 고기를 입에 대지 않아야 하겠지요. 그리고 날마다 순간마다 그들이 섬기는 신 앞에서 수도정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겠지요. 그런데 아들이 날마다 접촉하면서 섬기는 군대의 성직자들은 그렇지 못한가 봅니다. 이런 아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설명해 주면 될까요?

아들아, 적어도 그분들은 정규 과정을 충실하게 마쳤고,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가졌으며, 교단에서 인정하는 검증된 분이란다....... 아들아 성과 속이란, 말처럼 쉽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야 ..... 

이렇게 말한들 이해의 폭이 좁은 현재의 아들이 제대로 그 속깊은 말뜻을 헤아릴 수 있을까요?  

 

 

 

종교(宗敎)란 무엇일까요? 종교란 으뜸이 되는 것(宗)을 가르친다(敎)는 뜻이라지요.

성직자들이 섬겨야 하는 신(神)이란 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신(神)이란 '섬기는 자'(示)에게 '반응하는 분'(申)이라고 합니다.

示라는 글자는 제단 위에 제물을 쌓아놓은 모습이고, 申이라는 글자는 하늘에서 번개가 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땅의 사람이 정성껏 제물을 쌓아놓고 하늘을 향해서 절을 하며 경배할 때 하늘에서 번개를 쳐서 반응한다는 상형문자가 神이라는 글자를 이루게 되었다지요.

 

이제 조카는 하늘을 섬기는 그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 마음 식어지지 말고 변하지 말기를 기원하게 됩니다. 성과 속이 쉽게 구분되지 않는 이 세상에서 오직 하늘 그분만 바라보고, 그분의 뜻을 이루어 드리며, 그 길이 사람 사랑의 소롯길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