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속의 이야기

풍경 속의 이야기 21 / 석양의 비행기

풀빛세상 2012. 10. 24. 22:03

 

 

 

 

 

하늘에 비행기가 떠 가는 모습을 보면 카메라를 둘러맨 동료들이 와글거립니다.

풀빛세상님 비행기가 떠 가요 빨리 찍어요.

농담 반 진담 반의 소란스러운 웃음소리가 하늘로 흩어져 갑니다.

그렇지만 그네들은 결코 하늘을 향해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법이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나 혼자였네요. 서늘한 억새 바람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누군가 함께하는 몸짓이라도 보여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네들에게 저것은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일 뿐, 그 이상은 아닐까요?

사랑 희망 꿈 자유 외로움 등등의 단편적인 단어들이 뒤섞이면서 스쳐 지나갑니다.

인류의 꿈과 희망, 이카루스의 날개, 라이트 형제.....

시인 이상,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다시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사람을 가득 태운 쇳덩어리가 하늘을 날아오른다는 사실이 항상 신기하기만 합니다.

가끔씩 생각에 잠겨 봅니다.

영원이 있을까요?

영원을 향해서 날아갈 수 있을까요?

자유로워진 영혼이 날아가서 쉼을 얻을 수 있는 곳, 그곳이 영원일까요?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추해진 영혼의 때를 씻어내고, 그리고 찾아가야 할 그 곳이 영원일까요?

미추(美醜)를 초월하고, 시(時)와 공(空)에 얽매이지 않는 그 영원을 찾아가야 하는 순례자는 이 땅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날은 저물고 해는 지는데, 하늘에는 비행기가 날아갑니다.

어둠의 공간을 지나 안식이 있는 그곳에 사람들을 풀어놓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