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비행기가 떠 가는 모습을 보면 카메라를 둘러맨 동료들이 와글거립니다. 풀빛세상님 비행기가 떠 가요 빨리 찍어요. 농담 반 진담 반의 소란스러운 웃음소리가 하늘로 흩어져 갑니다. 그렇지만 그네들은 결코 하늘을 향해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법이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나 혼자였네요. 서늘한 억새 바람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누군가 함께하는 몸짓이라도 보여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네들에게 저것은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일 뿐, 그 이상은 아닐까요? 사랑 희망 꿈 자유 외로움 등등의 단편적인 단어들이 뒤섞이면서 스쳐 지나갑니다. 인류의 꿈과 희망, 이카루스의 날개, 라이트 형제..... 시인 이상,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다시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사람을 가득 태운 쇳덩어리가 하늘을 날아오른다는 사실이 항상 신기하기만 합니다. 가끔씩 생각에 잠겨 봅니다. 영원이 있을까요? 영원을 향해서 날아갈 수 있을까요? 자유로워진 영혼이 날아가서 쉼을 얻을 수 있는 곳, 그곳이 영원일까요?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추해진 영혼의 때를 씻어내고, 그리고 찾아가야 할 그 곳이 영원일까요? 미추(美醜)를 초월하고, 시(時)와 공(空)에 얽매이지 않는 그 영원을 찾아가야 하는 순례자는 이 땅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날은 저물고 해는 지는데, 하늘에는 비행기가 날아갑니다. 어둠의 공간을 지나 안식이 있는 그곳에 사람들을 풀어놓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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