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속의 이야기

풍경 속의 이야기 20 / 코스모스

풀빛세상 2012. 10. 22. 18:17

 

  

 

하늘에는 먹장구름, 땅에는 간헐적으로 비바람이 불었습니다.

코스모스 꽃밭을 찾아 잠시 머물러 마음 속의 풍경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꽃이 아니라 꽃을 빙자하여 바람을 담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그래 바람아 불어라. 바람아 불어라. 힘차게 불어라. 더 힘차게 불어라. 더~ 더~

허파의 모든 공기를 힘껏 내뿜어 숨이 턱밑에까지 차오를 때까지 헉헉거리며

네 깊은 호흡으로 간들거리는 가을의 꽃들을 휘저어버려라.

 

참 이상하지요.

왜 무리지어 있는 꽃들을 보면 휘저어보고 싶을까요?

언제부터 내 마음속에는 이런 심통이 숨어들었을까요?

뭐~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요. 모든 것은 상징이요 비유이니까요.

순한 물길이 막히는 곳에서 물굽이는 우렁우렁 울면서 휘돌았고요,

삶의 담론(談論)이 막히는 곳에서 못난 마음 모난 마음을 풀어놓으려고 

바람아 불어라 바람아 불어라 꽃들을 휘저어 보았겠지요.  

하늘을 보고 땅을 보면 참회록 한 줄 밖에는 남을 것이 없는 인생길인데요....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꽃들은 여전히 제자리를 지켜주어서

너무 너무 감사하다고 늦은 인사를 나누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