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13 / 절국대

풀빛세상 2012. 8. 23. 08:57

 

 

 

십자가

                 - 윤 동 주 -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젊은 시절의 애송시 윤동주 시인의 십자가입니다.

절국대라는 이름을 가진 꽃입니다.

늦은 철인지 꽃들은 하나 둘씩 떨어졌지만

제일 위쪽에 마지막 두 꽃이 남아서 십자가를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