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79 / 길마가지

풀빛세상 2015. 3. 19. 18:40







올해 드디어 길마가지 나무의 꽃을 찾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참 많이 기다렸거든요. 올 봄에 만나지 못했다면 내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게 기다려온 세월이 벌써 몇년이나 지났다고요. 

늦게 만났으나 기다린 것만큼 마음의 행복도 더해집니다. 


길마가지, 무슨 뜻일까요? 

첫째: 잔 가지가 많아 성가시게 길을 막는 가지라는 뜻으로 길마가지라고 했다. 

둘째: 열매가 길마를 닮아있기 때문에 길마가지라고 했다. 

셋째: 향이 강해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을 막아 세운다.  

아직 열매를 관찰하지 못해서 알 수는 없지만 두 번째가 더 맞을 듯 합니다. 

우리 선조들은 관찰력도 세심했던 것 같습니다.

꽃과 나무 그리고 열매의 특징까지 세세히 살핀 후 가장 적당한 이름들을 붙여주었습니다. 


가느다란 가지에 대롱 대롱 매달려 바람에 까닥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카메라를 설치하고 잠시라도 바람이 멈추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슬핏 불어가는 작은 바람에도 꽃은 흥겹게 춤을 추게 됩니다. 마치 봄맞이 춤을 추는 꼬마 요정과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아~ 제발 바람아 멈추어 다오. 

꼬마야 그만 춤을 추고 잠시라도 쉬면 안될까. 

마음으로 사정을 해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끊임없이 불어오는 작은 바람에 꽃의 요정은 더욱 신이 났지요. 

한동안 씨름하다가 일어서면 머리가 어지러워지며 몸은 비틀거리게 됩니다. 


참 작은 꽃입니다. 대략 1~2cm쯤 될까요. 그런데요, 오밀조밀 너무 섬세합니다. 

새하얗게 뻗어 내린 다리에 황금신을 신었습니다. 

부드럽고 고운 치마를 입었네요. 은은한 빛이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누가 이렇게 예쁜 옷을 만들어 입혔을까요? 

아마도 만들어 입히신 그분이 이렇게 말했겠지요. 

얘야, 봄이구나. 이제 추위도 그쳤고, 태양은 따스하고, 산들바람은 살풋 불어오는데, 밖으로 나가보렴. 봄맞이를 하며 맘껏 춤을 추려무나. 네 춤은 하늘 그분이 기뻐 받으시는 예배가 아니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