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속의 이야기

풍경 속의 이야기 43 / 가로등과 신호등

풀빛세상 2013. 4. 5. 21:40

 

 

 

 

가끔씩 생각해 봅니다.

도시는 거대한 아가리를 가지고 무엇이든지 삼켜버리는 괴물과 같다고요.

그렇지만 길이 들고 습관이 되면 살만한 곳이 도시생활인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풍성하고, 무엇이든지 누릴 수 있고, 무엇이든지 찾을 수 있고.....

그러나 알고 보면 거대한 모순덩어리일 뿐이지요.

 

도시 문명은 합리성, 효율성, 규칙성 그리고 직선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한밤 중에 차를 몰고 거리를 달려봅니다.

쭉쭉 내뻗은 도로에 가로등이 가지런하고,

중간 중간에 신호등이 세워져 밤거리의 질서를 잡아줍니다.

우리는 말없이 달리고 멈추기를 반복하지요. 이것은 약속이니까요?

 

우회전을 기다리는 차선에서 차를 세웠습니다.

신호가 바뀔 때까지의 짬을 이용하여 카메라를 꺼내고

초점을 흐리게 한 후 조용히 몇 컷을 찍어봅니다.

길과 가로등과 신호등은 명료성을 잃어버리고 모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풍경은 사라지고, 인간의 지성과 이성과 계산 모든 것들이 뭉개질 때,

왠지 편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