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다들 잘 살게 해 주겠다는데
누구 손을 들어줘야 하나
어릴 때 땅 위에 막대기로 동그라미 그려놓고
그 안에 영역을 나눈 후 1, 2. 3...
기도하듯 정성을 모으고
정신도 집중하고
호흡도 가다듬고
온 몸의 기를 손에 모으고
행과 불행이 여기에 달린 듯 진지하게
손바닥 크기의 돌멩이를 던졌다
놀이가 끝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모두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그리고 학교에 갔다
투표도 그렇게 해야겠다
어차피 한두 번 속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속으면서도
속지 않은 것처럼 잘 살아왔다
어쩌면 내가 그들을 속이고 있는 것 같아
아주 조금은 미안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