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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이야기 144 / 버섯

풀빛세상 2012. 8. 14. 13:50

 

 

  

 

여름은 꽃들의 계절이면서 동시에 버섯들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낙옆이 쌓여있고 습한 계곡들 뿐만 아니라 햇살이 밝은 들판의 구석진 곳에서도 버섯들은 제 자리를 찾아 그네들의 생명활동을 반복 또 반복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지요.

버섯에 빠지면 그것만으로도 한 삼사 년은 갑니다.

그 말을 받아 누군가는 또 이런 말을 했겠지요.

그래서 버섯에는 못 빠지겠습니다. 생업에 지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생명활동을 다 마치고 썩어가는 나무에 산속 청소부들인 버섯들이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 모습이 한반도를 닮아 있어 자연스레 발걸음 멈추고 눈맞춤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국가와 민족이란 무엇일까? 진부한 생각일망정 다시 한 번 떠올려봅니다.

 

런던 올림픽이 끝이 났습니다.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는 축하를, 그렇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누구는 메달을 따고, 누구는 못 따고, 이것이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다 수고하고 땀흘리고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참가하는 데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올림픽 경기라는 것이 친선체육대회가 아니라, 국가와 개인의 명예를 걸고 하는 치열한 전쟁이지요. 누군가의 말을 빌리자면, 운동경기란 총칼없는 싸움이요, 대리만족이라고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올림픽이란 강대국들이 자기네들의 국력을 자랑하기 위해서 벌인 잔치요, 그 잔치 자리에 작은 나라들을 초청해서 그네들의 우월한 모습을 보여주며 자랑하는 것이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큰 나라는 많은 메달을 따야 하고, 그 모습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그네들이 많은 메달을 딸 수 있는 육상과 수영 등등의 종목들은 세분화시키면서 메달의 숫자를 대폭 늘렸습니다. 작은 나라들은 메달을 많이 가져갈 수 없도록 여러 제한을 걸어놓았지요. 그뿐 아니라, 심판의 공정성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편파판정, 오심, 그리고 팔은 안으로 굽기 등등..... 대부분의 혜택은 큰 나라들이 가져가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기대 이상의 많은 메달을 땃다고 흥분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결과이겠지요. 올림픽의 메달은 국력에 비례한다는 단순한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었을뿐만 아니라, 메달을 얻고 얻지 못하고에 따라서 부와 명예와 병역혜택과 연금 등등 너무도 많은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겠지요. 어찌 보면 후진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올림픽 경기 자체가 마냥 순수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요.

 

마지막 순간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축구경기에서 우리가 이겼지요. 이때 누군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걸개(현수막)를 내밀어 한 선수가 들고 흔들었지요. 이것을 시비걸어, 올림픽게임에서는 정치적 민족적 구호를 외치거나 표현할 수 없다는 조항을 어겼다고 메달을 박탈한다 어쩐다는 말들이 들려옵니다. 한 마디로 내쏘면, 가장 정치적이지 않은 모습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고도의 정치행위다라고요.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정리해 봅니다. 올림픽 게임이란 운동선수들을 앞세운 강대국들의 정치놀음이라고요.

 

 

작은 나뭇가지에 버섯들이 모여 피었습니다. 속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달동네를 닮았네.

달동네, 도심에서 벗어나 언덕 위에 옹기종기 옹기종기 판잣집을 지어 살았겠지요.

좁은 골목은 지저분하고, 때묻은 애들의 얼굴에서는 콧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리어카에 연탄이라도 그득 실어 나를 수 있다면 부자로 여겨졌던 그 동네, 그렇지만 아래 위로 가릴 것이 없다보니 하늘의 달은 항상 밝게 비췄습니다. 달달 둥근달 쟁반같이 둥근 달..... 현실은 가난해도 마음만은 가난하지 않아 지짐이 한 접시라도 나누면서 살았겠지요. 그때가 좋았더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때가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네요. 오늘도 내일도 하늘 위에는 허옇고 퀭한 달이 떳다가 지게 될 것입니다. 눈부신 전등빛에 내쫓긴 달에는 방아 찢는 토끼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오늘도 달은 옛날 달동네를 내려다보면서 즐거워했던 그 시절의 추억담을 떠올리며 하늘 위를 지나갈 것입니다.